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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굴이 빨개지는 이유

김희련 2013. 11. 25. 12:14

 

 

 

 

얼굴이 빨개지는 이유-김희련- 29.7cm×42cm -water color - 2013

 

 

 

얼굴이 빨개지는 이유.

날씨가 춥거나 마음이 물들어 있거나.

나는 얼굴이 잘 빨개지는 아이였다.
날씨가 추워도 뭔가에 열중해도 쑥쓰러워도 거짓을 말할 때 얼굴이 빨개진다.

열심히 달려도 화가 나도 얼굴이 빨개진다.

얼굴에 속마음을 다~ 드러내고서는 안절부절 한다. 누가 “얼굴 빨개졌다.”라고 놀리면 진짜로 빨개졌다.

래서 늘 놀리는 사람이 주변에 한명은 있었다.

 

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흔들림을 낳고
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두려움을 낳고
더 갖고 싶은 마음이 죄를 낳는단다.

 

아마도 늘 ‘더’라는 것에 열중했나 싶다. 그래서 얼굴이 잘 빨개졌나보다.

 

세월의 바람에 단련되어 지금은 좀 단단해진 것처럼 보이지만  
지금도 ‘더’라는 마음에 자유롭지 못해 찬바람에 얼굴이 빨개진다.

 

찬바람이 겨울로 굴러가는 이 쯤 ‘피라칸사스’의 열매는 더 붉게 물들어간다.
더 붉게, 더 사랑하고 싶은 열매는 빨갛게 반짝인다. 마음이 물드니 얼굴도 물들어간다. 그리고는 갖고 싶은 사랑을 부른다. 새들에게 붉게 물든 마음을 드러낸다. 새들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물든다. 하얀 눈 속에 날카로운 가시를 달고 붉게 물들어 있는 피라칸사스 열매를 보라! 뾰족한 마음까지 물들어 더욱 붉다. 마치 ‘더’라는 벼랑 끝에 선 ‘나’를 바라보는 것 같다. 하지만 그녀는 단단하다.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내 마음을 물들게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붉다고 말한다. ‘더‘는 나를 힘겹게 하지만 피라칸사스에게 ’더‘는 최선의 전략이다. 당당하고 도도한 그녀가 멋지다. 무겁지만 ’더‘는 나를 움직이는 주술이기도 하다. '더’를 내려놓을 수 없다면 흔들림과 두려움에서 춤을 추리라. 더 잘하고 싶다면, 더 사랑하고 싶다면, 더 갖고 싶다면 열정을 다해 붉게 물들이리라. 하얀 눈 속에서 뾰쪽하게 붉은 마음 다 드러내고 물들어 있는 그녀처럼.

 

-2013년 또다시 겨울에 들어서며, 김희련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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