diary - 2006

너 이름이 뭐야? / 2006 / 겨울 / 드로잉

김희련 2010. 10. 23. 20:16

 



너 이름이 뭐야?

어느 연예인이 잘 쓰는 말이란다. 애매할 때 무언가 어긋날 때 나도 한 번씩 장난삼아 쓰는 말이다. “너, 뭐야?”
정체성을 묻는 말이기도 하다. 정말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우리다운 것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 해 보게 하는 말이다. 언젠가 인터넷에서 놀이공원에 있는 조명탑 길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.  “여기가 어디야.” “어느 나라야, 미국이데?” “아니요. ◯◯월드에요.” “뭐야, 라스베가스 쯤 되는 줄 알았잖아.” “그래. 놀이공원이라~”
부모님이 계시는 함평에 나비축제가 해마다 떠들썩하니 열린다. 함평은 장터를 중심으로 버스터미널이 있는 중심가도 넓지 않고 오밀 하여 시골 읍네 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. 그런데 그 길에 그 조명탑길이 촘촘히 늘어서 있는 거였다.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. 부담스럽기만 하였다. 걸어 다니는 내내 몸이 작아지고 어색 해 져서 그 길이 싫어졌다.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.
6학년인 우리 딸에게 물었다.
“함평에 그 조명탑길이 어때?”
“너무 장소와 맞지 않아서 어색해요. 뭣 하러 그것을 했나 몰라.”
“우리 동네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.”
“광주는 예향의 도시라고 해. 대표적으로 상징되는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예술의 거리도 그 중 하나거든. 한데 그 조명탑 길이......,”
“안돼요.” “생기면 안돼요.”
“벌써 생겼는 걸.”
“어떻게!” 거의 비명수준에 가깝다.

딸에게 다시 물었다.
“정말로 엄마는 답답하고 잘 모르겠거든. 그럼, 예술의 거리에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니?”
“음- 장승같은 것이 입구에 있었으면 좋겠고......,”
“있잖아요, 보물찾기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. 예술품이 곳곳에 있어서 찾아다니면 어때요?”
“조각품 같은 것?”
“비엔날레 작품이 담에도 있고 인도에도 있고 간판에도 창문에도 있어서 걸어 다니면서 그 보물을 찾아보는 것이에요 .”
“야! 진짜 재미있고 신나겠다. 장승도 있고 보물도 있으면 좋겠다.”


 




‘자연을 그리는 아이들’과 무등산에서 자연이 준 보물찾기를 하였다. 눈으로, 냄새로, 촉감으로, 소리로, 보물찾기 하였다. 마음을 열고 오감을 열었더니 대나무 잎에서 바람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오동나무 열매 속에서 염랑거미집을 찾을 수 있었으며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
나뭇잎 소리를, 이끼 낀 나무껍질에서 흙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. 아이들이 찾은 보물에서 나는 자연을 배웠다. 예향의 도시 광주의 예술의 거리에서 아이들과 예술의 향기를 찾아 보물찾기 하고 싶다. “너, 뭐야?”의 물음에 답을 우리 아이에게서 또 배운다. 맞지 않는 옷과 화려한 치장을 버리고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그 거리에서 나는 아이들과 보물찾기 하고 싶다. 광주 ‘예술의 거리’에서 보물찾기 어때요?

 




광주드림 2006. 12. 25. '문화밥상'